본인은 남성이자 가해자의 입장일 수도 있었기에, 혹은 온전히 여성의 입장에 스스로를 대입하기에 한계가 있어 페미니스트라고 명명하지 않지만, 여기까지 고찰하는 모습이 앞으로 나아갈 사회 의식 향상과 맞닿아 있어 아주 바람직하다고 느꼈다.
2. 나 또한 페미니즘을 알게 되면서 막연히 불편하기만 했던 사실이 전보다 더 잘 보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나 역시 (피해자가 되기 쉬운) 여성이지만 젠더의식의 수준이 한참 멀었다는 것이고, 나 또한 가해자였고 지금도 알면서 사회생활이 불편해지는 것이 두려워 침묵하거나 보편적으로 상대가 원하는 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사소한 것들이지만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너 때문에 여성인권이 100년쯤 후퇴했어'라는 문구의 대상이 된 것 같아 가슴이 아리다.
저자 역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남성으로서의 정체성과 페미니즘 혹은 여성과의 연대를 위해 끊임없이 성찰할 것으로 책을 마무리했다.
나도 조금쯤 용기를 내서 표현하려고 노력해야겠다.
3. 사회생활하면서 느꼈던 '불편함'들, 성범죄에 관대한 남성주류의 '침묵(혹은 무언의 동조)들'에 대해 조목조목 분석하는 부분이 속시원했다.
동시에 여성의 목소리로 같은 얘기를 했을 경우 피해의식이나 여자 특유의(라고 하고 여성을 감정적이며 논리가 부족한 특징을 가진 존재로 비하하는 저열한 평가인) 예민함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남성 저자가 얘기하니 더 힘이 실리는 듯해 조금 서글퍼졌다.
4. 가부장제는 -여성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남성에게도 가장으로서의 굴레를 둘러 씌워 현재와 같은 저성장 시대에 이룰수 없는 완벽한 가장이라는 책임을 지우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남녀 모두 평등한 존재이며, 성별이라는 틀 속이 아닌 개인으로서 바라보는 진정한 평등을 키워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으므로 거친 언어로 상대를 비난하고 반성하라 몰아세우는 것보다 완화되고 친절한 언어로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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